고양이 알람에서 해방되기 위한 첫걸음
반려묘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누구나 새벽 5시에 울려 퍼지는 ‘밥 달라’는 울음소리를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귀여운 행동이 아니라, 집사의 수면을 위협하는 심각한 일상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외출이 잦은 보호자의 경우, 일정한 시간에 사료를 급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고양이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이로 인한 급식 스트레스를 호소하곤 한다.
물론 시중에는 다양한 자동 급식기가 출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네트워크 연결이 불가능하거나, 급식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으며, Home Assistant 같은 스마트홈 시스템과 연동이 되지 않는 등 한계를 지닌 ‘닫힌 기기’에 머무르고 있다. 그 결과, 많은 기술 감각을 가진 보호자들은 한 가지 생각에 도달한다. “내 고양이의 습관에 최적화된, 진짜 똑똑한 자동 급식기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 장에서는 ESP32와 ESPHome을 중심으로, 정밀 제어가 가능하고 Home Assistant와 완전 통합된 고양이 자동 급식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방법을 다룬다. 단순히 동작만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센서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상황 인식 자동화,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안정성 확보까지 포함하여 스마트홈 기술이 반려동물 케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실제 구현 예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기술과 배려가 결합된 스마트 급식기 설계
1. 프로젝트 목표: 단순한 급식기를 넘어서
본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한 ‘사료 배출기’가 아닌, 상황 인식과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펫 케어 디바이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핵심 기능이 목표에 포함된다.
- 정량/정시 급여: 지정한 시간에, 지정된 양만큼만 정확하게 사료를 공급.
- 원격 급여: 보호자가 외부에 있을 때도 스마트폰을 통해 즉시 사료를 줄 수 있음.
- 실시간 사료량 감지: 밥그릇 및 사료통 무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잔량을 추적.
- 고양이 존재 인식: 고양이가 밥그릇 앞에 있을 때만 자동 급여, 낭비 및 공복 방지.
- 급여 기록 저장 및 알림: 모든 급여 기록은 Home Assistant에 로그로 저장되며, 사료 부족 시 자동 알림 전송.
이러한 기능은 단지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2. 하드웨어 구성: 기술적 기반을 갖추다
ESP32 보드는 이 프로젝트의 중심축이다. 강력한 성능과 Wi-Fi/Bluetooth 지원 덕분에 복잡한 자동화 로직을 처리하면서도 Home Assistant와의 통신이 원활하다. 여기에 몇 가지 핵심 센서와 부품을 더함으로써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 서보모터 (MG996R): 고정량의 사료를 토출하는 데 필요한 회전력을 제공하며, 정밀 각도 제어가 가능하다.
- 로드셀 + HX711: 무게 기반으로 사료 잔량과 배출량을 측정하며, g 단위까지 세밀한 값을 제공.
- ToF 거리 센서 (VL53L0X): 고양이의 접근 여부를 감지하는 역할로, 과급여 방지 및 반응 기반 자동화에 사용된다.
- 사료 토출구: 회전 날개 방식으로 일정량을 밀어내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며, 3D 프린터를 통해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전원은 안정적인 5V 2A 이상의 어댑터를 사용하며, 연결에는 점퍼선과 브레드보드를 사용하여 실험 후 납땜 혹은 PCB 제작을 통해 고정할 수 있다.
3. ESPHome 구성: 손쉬운 고급 제어
ESPHome은 YAML 파일만 수정해도 펌웨어를 자동 생성해주는 강력한 도구이다.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도 손쉽게 센서 및 액추에이터를 통합할 수 있으며, Home Assistant와의 연동 역시 탁월하다.
- 무게 측정 캘리브레이션: HX711 센서의 원시 값을 실제 중량(g)으로 보정하는 과정은 필수다. ESPHome 로그를 통해 빈 그릇 및 기준 물체 무게를 기반으로 선형 보정을 설정한다.
- 서보모터 각도 제어: servo 플랫폼을 사용하여 0도부터 180도까지 정밀하게 제어 가능하다. 단순 on/off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컨트롤을 제공한다.
- ToF 거리 센서 통합: I2C를 통해 거리 센서를 연결하고, 고양이의 접근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자동 급여 조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설정은 ESPHome 구성 파일 하나로 통합 관리되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추후 기능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4. Home Assistant 연동: 자동화와 알림 시스템 구현
ESPHome으로 구성된 장치는 Home Assistant에 자동으로 인식된다. 이후 ‘자동화(Automation)’ 기능을 이용하면 복잡한 조건과 트리거를 기반으로 고도의 제어가 가능하다.
- 시간 기반 자동 급여: 예를 들어 매일 오전 8시에 고양이가 밥그릇 앞에 있을 때만 사료를 배출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 사료 부족 알림: 사료통 무게가 500g 이하로 떨어지면 집사의 스마트폰으로 즉시 알림 메시지를 전송한다.
- 원격 수동 급여: 사용자가 Home Assistant 앱을 통해 언제든지 ‘사료 주기’ 버튼을 누를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ESP32를 통해 서보모터 작동으로 이어진다.
5. 안전성과 편의성: 기술 그 너머의 배려
기술적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고양이를 위한 배려’다. 급식기는 단지 사료를 주는 기계가 아니라, 고양이의 삶을 바꾸는 일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저소음 설계: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므로, 모터 작동 소음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저소음 모터를 사용하거나 방음 박스를 고려하자.
- 물리적 안전장치: 고양이의 발이 끼거나 얼굴이 들어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물리적 설계가 필수적이다. 3D 출력 시에는 독성이 없는 PETG 필라멘트를 권장한다.
- 수동 백업 시스템: 전원 차단이나 Wi-Fi 장애 시에도 수동으로 사료를 급여할 수 있도록 물리적 조작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적응 단계 제공: 기존 밥그릇 옆에 새 급식기를 두고 고양이가 새로운 장치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어야 하며, 강제 전환은 피해야 한다.
사랑과 기술이 만나는 최고의 DIY 프로젝트
반려묘와의 일상은 사랑스럽지만, 매일 반복되는 책임의 연속이기도 하다. 자동 급식기를 직접 제작하는 일은 단순한 기계 공학이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양이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따뜻한 기술의 구현이다.
ESPHome과 ESP32라는 오픈소스 생태계는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으며, 이 기술을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맞춤형 급식기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다. 나아가 다묘가정에서는 RFID나 얼굴 인식을 통해 개별 급여를 실현하거나, ESP32-CAM을 통해 원격에서 급식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술은 더 나은 반려 환경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직접 만든 자동 급식기는 단지 편의성을 넘어, 보호자의 책임감과 애정이 결합된 결과물이며, 반려동물과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들어주는 지혜로운 선택이 될 것이다. DIY 정신과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만나는 이 프로젝트는, 현대인의 스마트 펫 라이프를 위한 가장 실용적이고 의미 있는 시도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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